멈춘 것과 그만둔 것
실패인 줄 알았던 날의 기록
오늘은 인터벌 데이. 가장 긴장되는 날이다. 여덟 개(1킬로씩 총 여덟 번)를 뛰기로 한 날이다. 지난주에 일곱 개를 다 채웠으니 이번 주는 하나만 얹으면 된다고, 킵코치님은 늘 그런 식이다. 한 번에 하나만. 그 말이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고, 도망갈 구석을 없애기도 한다.
네 개까지는 갔다. 힘들었지만 아는 힘듦이었다.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. 땀이 비 오듯 해서 물을 조금 마시고 얼굴을 씻고 다시 출발선에 섰는데, 발이 나가지 않았다. 정확히 말하면 나가긴 하는데 힘이 실리지 않았다. 지면을 차야 할 발이 그냥 지면을 스치고 지나갔다.
잠깐 멈췄다가 다시 뛰어봤다. 조금은 더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. 그런데 그 조금이 어디까지인지는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.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.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, 다리에 남은 게 없다는 사실만은 속일 수가 없었다.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.
집에 와서 한참을 곱씹었다. 망했다는 단어부터 떠올랐다. 여덟 개짜리 숙제를 절반만 하고 돌아온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.
그런데 코치는 기록을 들여다보더니 다른 말을 했다. 내가 멈춘 지점이 처방에 미리 적어둔 바로 그 지점이라고. 힘이 실리지 않던 그 느낌이 시계에도 그대로 찍혀 있었다고. 앞의 네 개는 오히려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으니 무너진 건 심장이 아니라고. 오늘 나는 실패한 게 아니라 그날의 천장을 잰 거라고. 며칠 사이에 긴 달리기와 템포와 인터벌을 다 밀어 넣은 다리였으니, 천장이 낮아져 있던 게 당연하다고.
지난달에 멈추는 연습이라는 글을 썼다. 그때는 그게 쉬는 주간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. 마음 편히 천천히 달리면서 배우는 어떤 여유 같은 것. 진짜 시험은 이렇게 온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. 숨이 턱까지 차오른 한복판에서, 더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순간에, 멈추는 쪽을 고르는 일. 연습보다 시험이 훨씬 어려웠다.
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. 하나 남았던 확장을 다음으로 미뤘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. 그만둔 게 아니라 멈춘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한 모양이다.
이번 주말에는 이번 달의 가장 긴 달리기가 남아 있다. 오늘 쥐어짜지 않고 남겨둔 다리가 그날의 밑천이 될 거라고 코치는 말했다. 믿어보기로 한다. 어차피 시즌은 길고, 여덟 개는 도망가지 않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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