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도 러너가 되어가고 있었다
반스를 신고 뛴 첫 3킬로
러닝을 조금만 더 어렸을 때 시작했으면 어땠을까. 하긴, 여학우들 쫓아다니랴 재밌는 곳 쫓아다니랴, 그럴 생각도 시간도 내지 않았지.
내 자의로 달리기를 해본 건 8년 전 여름이었다. 결혼하고 야금야금 붙은 살. 어느 날 거울 앞에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.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, 무려 반스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. 첫 3킬로를 뛴 날 입에서는 피맛이 났고, 머릿속엔 이 미련한 짓을 대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지.
기왕 살 뺀다고 시작한 거 일주일만 채워보자. 어거지로 횟수는 채웠는데, 지속하기가 너무 어려웠다. 일주일에 세 번 뛰던 게 이래저래 일이 생기면 한 번.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뛴 적도 있었다. 뛰는 것도 아니고 뛰지 않는 것도 아닌 생활이 그해 내내 이어졌다.
그러다 그 뒤로 2-3년이 지난 어느 날, 쉬지 않고 첫 10킬로를 뛰었다. 그날이 뭔가 기점이었다. 나도 할 수 있구나.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.
그렇게 나도 러너가 되어가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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