다섯 번째가 가장 빨랐다
오랜만에 마주한 인터벌
코치와 함께 달린 지도 어느덧 석 달째에 접어들었다. 두 달간의 긴 빌드업이 끝나고, 이번 달부터 훈련표에 낯선 두 단어가 들어왔다. 인터벌. 그리고 템포런.
오랜만이었다. 사실 조금은 우습게 봤던 것 같다. 일 년 전의 나를 떠올리면, 이 정도쯤이야 가뿐히 해낼 줄 알았으니까. 운동화 끈을 묶으면서도 그런 자신감이 어딘가 남아 있었다.
웬걸. 첫 바퀴부터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. 다리는 처음부터 무거웠고, 젖 먹던 힘까지 끌어다 썼는데도 시계를 보기가 무서웠다. 한 바퀴를 끝내고 나니, 아직 네 번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더 아득했다.
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힘들었다. 회복 구간이 회복 같지가 않았다. 세 번째에 들어서야 몸이 조금 올라오는가 싶었지만, 그건 착각에 가까웠다. 여전히 다리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, 머릿속에서는 자꾸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들렸다.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지 않냐고. 누가 보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.
그 목소리를 어떻게 눌렀는지는 잘 모르겠다. 얼레벌레, 정신을 차려 보니 다섯 번째 바퀴를 돌고 있었다. 정말이지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.
이상한 건, 다 끝내고 기록을 들여다봤을 때였다. 가장 힘들었던 마지막 바퀴가, 다섯 번 중에 가장 빨랐다. 다리가 가장 무거웠던 그 순간에. 그제야 알 것 같았다. 마지막 바퀴를 끌고 간 건 다리가 아니었다는 걸. 다리는 진작에 포기했고, 그걸 끝까지 데려간 건 다른 무언가였다는 걸.
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면서도, 솔직히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하다. 지금 이 강도가 정말 내게 맞는 걸까. 일 년 전엔 이 페이스로 다섯 번을 뛸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는 걸 떠올리면, 어쩌면 약해진 게 아니라 처방이 그만큼 올라온 것뿐인지도 모르겠다.
빌드업은 끝났고, 이제 진짜 시즌이 시작됐다. 불안불안하지만, 나는 코치를 믿고 달려보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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