흔들린 건 엔진이 아니었다

포기하고 싶었던 자리에서

두 번째 인터벌 날이었다. 지난번에 한 번 겪어봤으니 이번엔 조금 나으려나 싶었다. 그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.

세 번째 반복에서 무너졌다. 정확히는 무너지고 싶었다. 다리보다 마음이 먼저 주저앉았다. 여기서 멈춰도 아무도 모른다는 속삭임이, 지난번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려왔다. 그래도 어찌어찌 네 번째를 채우고 다섯 번째를 채웠다.

다섯 번째가 끝났을 때, 회복 구간을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. 처음으로 걸었다. 숨을 고르며 물을 넘겼다. 몸이 더는 못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. 그 와중에 마지막 한 바퀴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까마득했다. 어떻게 채웠는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. 가진 걸 다 쏟아부었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날이었다.

그날 저녁, 나는 코치에게 솔직한 두려움을 털어놓았다. 고작 일 킬로미터씩 끊어 달리는 것도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, 풀코스 내내 목표 페이스를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고. 자신이 없었다.

코치는 내가 보지 못한 걸 데이터에서 꺼내 보여줬다. 페이스는 분명 뒤로 밀렸다. 그런데 내가 만들어낸 힘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. 다리가 무너졌다고 느낀 순간에도, 발이 땅에 닿는 시간도 회전수도 그대로였다고. 무너진 건 엔진이 아니라, 그 엔진을 굴리는 데 든 비용이었다는 것이다.

그러니까 오늘의 인터벌은 애초에 마라톤보다 빠른 영역이었다. 그 간격이 바로 내 여유라고 했다. 죽을 것 같았던 이유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, 천장을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.

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, 다 받아들이기엔 아직 몸이 너무 아팠다.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. 세 번째에서 멈추고 싶었던 나를 여섯 번째까지 끌고 간 건 다리가 아니었다는 것. 지난번에 마지막 바퀴를 데려간 그 무언가가, 이번엔 더 깊은 곳에서 나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.

레이스의 마지막 십 킬로미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, 나는 오늘 그 얼굴을 조금 먼저 만난 건지도 모르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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